한희철의 얘기마을(58)
늙은 농부의 기도
나의 몸은 늙고 지쳤습니다.
텅 빈 나뭇가지 위에 매달려
서너 번 서리 맞은 호박덩이 마냥
어디 하나 쓰일 데 없는 천덕꾸러기입니다.
후둑후둑 벗겨내는 산 다랑이 폐비닐처럼
툭툭 생각은 끊기고
이느니 마른 먼지뿐입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바람은 차고 몸은 무겁습니다.
오늘도 늙고 지친 몸으로 예배당을 찾는 건
까막눈 상관없는 성경책 옆구리에 끼고 예배당을 찾는 건
그나마 빈자리 하나라도 채워
젊은 목사양반 허전함을 덜려는 마음 궁리도 있거니와
볼품없는 몸으로 예배당을 찾는 건
거친 두 손 모아 남은 눈물 드리는 건
아무도 읍기 때문입니다.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아무도 읍습니다.
하나님 아부지.
여기엔 아무도 읍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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