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85)
할머니의 첫 열매
주일낮예배를 드릴 때 제단 위에 덩그마니 수박 한 덩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수박농사를 지은 분이 없을 텐데 웬일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농사를 지어 추수하면 교우들은 첫 열매를 제단에 드립니다.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요.
예배 후 알아보니 허석분 할머니가 가져오신 것이었습니다. 텃밭에다 몇 포기 심었더니 뒤늦게야 몇 개 달렸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사택에 모여 수박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할머니 걱정과는 달리 속도 빨갰고 맛도 여간 단 게 아니었습니다. 노인네가 작실서부터 수박을 가져오느라 얼마나 혼났겠냐며 교우들도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고맙게 새겼습니다.
씨는 내가 심었지만 키우기는 하나님이 키우셨다며 첫 열매를 구별하여 드리는 할머니의 정성과 함께 나눠 먹는 수박의 단맛, 빨리 돌아가 해야 할 바쁜 일들도 잊고 한동안 얘기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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