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21)
고향 친구들
재성이가 며칠 놀이방에 못 왔습니다. 엄마아빠를 따라 외할머니댁에 다니러 갔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댁은 해남,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재성이 언제 와요?”
재성이가 외할머니 댁에 간 후 놀이방 친구들은 날마다 물었습니다. 그래야 며칠, 곧 있으면 다녀올 텐데도 아이들은 툭하면 재성이 언제 오냐고 물었습니다.
재성이 왔나 보러 가자고 놀이방이 끝나면 아이들은 재성이네 집으로 쪼르르 가 보곤 했습니다. 어둠이 다 내린 저녁, 재성이네 집에 불이 켜졌는지를 확인해 보기도 했습니다.
며칠 만에 재성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재성이는 집에 오자마자 놀이방으로 왔습니다. 재성이가 교회마당으로 들어설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습니다.
“재성이가 왔다!”
박수까지 치는 친구들 사이로 재성이가 으쓱하며 머쓱한 표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이 땅에서 자라는 몇 안 되는 아이들. 하지만 날마다 놀이방에 모여 놀고 어울림으로 어느 샌지 아이들은 한 고향 사람이 되었음을, 며칠 만에 돌아온 재성이와 재성이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봅니다. 학래, 종래, 선아. 규성이, 아름이, 재성이. 규민이는 같은 고향을 갖은 고향친구들입니다.
-<얘기마을>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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