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24)
어느 날의 기도
위로를 말하기엔 아직 우리는 슬픔을 모릅니다.
어둠속 잠 못 이루는 눈물의 뿌리가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나눔을 말하기엔 아직 우리는 속이 좁습니다.
저 밖에 모릅니다.
받는 건 당연하면서도 베푸는 건 특별합니다.
축복을 말하기엔 아직 우리는 은총을 모릅니다.
가난한 들판에 가득 쏟아져 내리는 햇살,
가난한 영혼 위에 고루 내리는 하늘의 은총을 우리는 모릅니다.
스스로 기름져 툭 불거져 나온 탐욕으론 이미 좁은 길을 지날 길이 없고,
하늘 뜻 담을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도 위로를 말하는, 나눔을 말하는, 은총을 말하는, 말로 모든 걸 팔아버리는 우리들입니다.
용서 하소서. 주님
-<얘기마을>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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