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한희철의 얘기마을(125)


들꽃


단강에 와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들꽃의 아름다움입니다. 곳곳에 피어있는 이런저런 들꽃들. 전엔 그렇게 피어있는 들꽃이 당연한 거라 여겼을 뿐 별 생각 없었는데, 요즘 와 바라보는 들꽃은 더 없이 아름답고 귀하게 여겨집니다. 




쑥부쟁이, 달맞이꽃, 달개비, 미역취 등 가을 들꽃이 길가 풀섶에, 언덕에 피어 가을을 노래합니다.

때를 따를 줄 아는 어김없는 모습들이 귀하고, 다른 이의 주목 없이도 자신의 모습 잃지 않는 꿋꿋함이 귀합니다. 제 선 자리 어디건 거기 넉넉히 뿌리를 내리고 꽃으로 피어나는 단순함이 또한 귀합니다. 꾸밈없는 수수함은 또 얼마나 정겨운지요.


필시 우리도 들꽃 같아야 할 것, 지나친 욕심과 바람일랑 버리고 때 되면 제자리에서 피어나 들꽃처럼 세상을 수놓을 것, 주어진 시간을 노래할 것, 들꽃을 바라보며 들꽃 같은 삶을 바래봅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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