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이

한희철의 얘기마을(125)


되살이


죽을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나 이어가는 삶을 단강에서는 ‘되살이’라 합니다. 


우속장님을 두고선 모두들 되살이를 하는 거라 합니다. 십 수 년 전, 몸이 아파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의사가 아무런 가망이 없다고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개울에서 빨래를 하다 ‘병원 하얀 차’가 마을을 지나 속장님 집으로 올라가는 걸 본 허석분 할머니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곧 무슨 소식이 있지 싶어 집에 와 두근두근 기다리는데 밤늦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올라가 봤더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쇠꼬챙이처럼 말라 뼈만 남은 몸을 방바닥에 뉘였는데, 상처 부위가 형편이 없어 정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렇게 몇 달이나 갈까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그런 것이 벌써 십 수 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속장님은 건강하지를 못합니다. 조금만 일을 해도 숨이 차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모자라는 일손 메꾸느라 밤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기적이라고 속장님 사정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그럽니다. 그런 속장님의 삶이야말로 ‘되살이’라는 것입니다.


속장님의 되살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삶 또한 되살이일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허락받은 하루하루, 그게 어디 우리 것이겠습니까. 하루하루를 값없는 은총으로 받아, 우리 모두는 되살이의 삶을 살아갈 뿐인 것입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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