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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구멍가게 성당

by 한종호 2020. 10. 27.

신동숙의 글밭(258)


구멍가게 성당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답

작은 마을의 어둑해진 골목길은 좁은길


구멍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린 아들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카운터를 지키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은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텔레비젼을 바라보시며 

저녁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색색깔의 과자봉지와 음료들은 아울러

중세시대 성당의 화려한 비잔틴 모자이크가 됩니다.


간혹 종지에 촛불을 켜고 앉으셔서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의 밤길을 지켜주기도 하시는


염주알인지 묵주알을 돌리시기도 하는 구멍가게

아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풍성한 이곳은 기도의 성당


두 손을 모으신 아주머니가

홀로 드리는 저녁 미사를 두고

간혹 싫어하는 손님도 계신다지만, 


앞으로 과자를 사러갈 때면

기도의 성당으로 들어가듯 

달콤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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