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34)
먼 곳에서 벗이 찾으니
막 수요예배가 시작되었을 때 낯선 청년 세 명이 예배당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뒤편 한 구석에 배낭을 벗어 놓더니 나란히 뒷자리에 앉는다. 찬송을 부르며, 기도를 하며, 설교를 하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짐작 가는 데가 없다. 누굴까, 누가 단강을 찾아와 함께 예배를 드릴까, 궁금증이 들쑥날쑥 머릿속을 드나들었다.
설교를 마치고 성도의 교제시간, 소개를 부탁했다. 단강이 그리워서, 단강교회 교우들이 보고 싶어서 왔노라고 했다. 짧은 소개를 박수로 받았다.
예배를 마치고 모두들 난롯가에 둘러앉았다. 멀리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말보다는, 교우들을 소개 했을 때 익히 알던 분을 만난 듯 익숙한 이름을 되뇌는 청년들의 모습에 교우들이 놀랬다.
단강 이야기가 담긴 책 <내가 선 이곳은>을 읽고서 먼 여행길, 일부러 행선지를 단강으로 정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젊은이들 앞에,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드문 일 앞에서 교우들은 고마워했다.
처음이면서도 밀린 이야기 나누듯 밤이 깊었다. 좁다란 사택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마음은 편했다. 보일러의 불 문을 활짝 열고서 연탄 한 장을 더 올려놨다.
먼 곳에서 찾아온 벗을 맞는 즐거움, 옛 선인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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