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35)
밤은 모두를 재워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
말은 멍석 펼치듯 노을도 없는 어둠
산 그림자 앞세우며 익숙하게 밀려왔다.
차라리 밤은 커다란 솜이불
모두를 덮고 모두를 집으로 돌린다.
몇 번 개들이 짖고 나면 그냥 어둠 뿐,
빛도 소리도 잠이 든다.
하나 둘 별들이 하늘로 돋고
대답하듯 번져가는 고만고만한 불빛들
저마다의 창 저마다의 불빛 속엔
저마다의 슬픔이 잠깐씩 빛나고
그것도 잠깐 검은 바다 흐른다.
그렇다.
밤은 모두를 재워
모두를 같은 품에 재워
날마다
살아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일으킨다.
검은 바다를 홀로 지나 것들을.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젖 (0) | 2020.11.07 |
---|---|
어떤 축구 선수 (0) | 2020.11.06 |
먼 곳에서 벗이 찾으니 (0) | 2020.11.04 |
쉬운 삶 (0) | 2020.11.03 |
우리는 가난합니다 (0) | 2020.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