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36)
어떤 축구 선수
가끔씩 떠올리는 축구 선수가 있습니다. 어느 날 중요한 시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영 자신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실수로 경기를 놓칠 것 같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고민 하던 그가 그만의 방법을 생각해 냈고, 운동장에 들어간 그는 열심히,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이란, 공 없는 데로만 뛰어다니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이 자기 앞에 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미리 피하기 위해 그는 공 없는 곳으로만 열심히 뛰어다닌 것입니다.
그럴 수가 있냐며 웃지만, 사실 우리들의 삶이 그럴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실수가 두려워서 삶을 피해 다니는 안쓰러운 모습들. 실수를 두려워하여 삶을 외면하는 자는 실수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란 이미 커다란 실수입니다.
실수 또한 우리들의 삶의 한 모습이며 때로는 우리 삶의 좋은 선생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엄해 보이지만 실은 따뜻함을 지난 선생님 말입니다.
두려움에 쫓겨 공을 피해 뛰는 것이 아니라 공을 향해 달리는, 그렇게 삶을 향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엄마 (0) | 2020.11.08 |
---|---|
엄마 젖 (0) | 2020.11.07 |
밤은 모두를 재워 (0) | 2020.11.05 |
먼 곳에서 벗이 찾으니 (0) | 2020.11.04 |
쉬운 삶 (0) | 2020.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