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얘기마을(142)
할머니의 바람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얼었던 호박이 서너 번 녹은 꼴’이라고 빗대시는 김천복 할머니는 올해 일흔 일곱입니다. 참 고우신 얼굴에 이젠 정말 주름이 가득합니다.
장에 다녀오는 길, 양말 두 켤레 사가지고 사택에 들리신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그러십니다.
“목사님, 딴데루 가면 안 돼. 내가 죽을 때 까정은, 목사님이 날 묻어줘야지.”
작고 주름진 할머니 손을 웃음으로 꼭 잡을 뿐 아무 대답을 못합니다. 나도 할머니의 바람을 꼭 이루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지를 아시는 분은 오직 한 분뿐이기 때문입니다.
-<얘기마을> (1992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일이 할머니 (0) | 2020.11.14 |
---|---|
선아의 믿음 (0) | 2020.11.13 |
우리를 필요로 하는 주님 (0) | 2020.11.11 |
창(窓) (0) | 2020.11.10 |
강가에서 (0) | 2020.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