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67)
불 하나 켜는 소중함
어둠이 다 내린 저녁, 오토바이를 타고 작실로 올랐다. 패인 길을 고친다고 얼마 전 자갈을 곳곳에 뿌려 놓아 휘청 휘청 작은 오토바이가 춤을 춘다. 게다가 한 손엔 긴 형광등 전구를 잡았으니 어둠속 한손으로 달리는 작실 길은 쉽지가 않았다.
전날 우영기 속장님 집에서 속회 예배를 드렸는데, 보니 형광등 전구가 고장 나 그야말로 캄캄절벽인지라 온통 더듬거려야 했다. 전날 형광등이 고장 났으면서도 농사일이 바빠 전구 사러 나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교회에 형광등 여유분이 있었다.
그토록 덜컹거렸으면서도 용케 전구는 괜찮았다. 형광등 전구를 바꿔 끼자 캄캄한 방안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막 마치고 돌아온 속장님이 밝아진 방이 신기한 듯 반가워한다.
필요한 곳에 불 하나 밝히는 당연함,
어두운 곳에 불 하나 켜는 소중함.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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