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66)
공부
교회 구석진 공간 새로 만든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빼꼼 들여다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종순이였습니다.
“목사님 뭐 해요?”
열린 창문을 통해 발돋움을 하고선 종순이가 묻습니다.
“응, 공부한다.”
그러자 종순이가 이내 눈이 둥그레져 묻습니다.
“목사님두 공부해요?”
공부는 자기 같은 아이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그럼,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 종순이가 돌아섭니다. 그런 종순이를 내다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농사일에 책 볼 겨를이라곤 없을 종순이 엄마 아빠 종순이에겐 미안하기도 했고, 종순이를 위해서라면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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