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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할머니의 합장

by 한종호 2020. 12. 18.

한희철의 얘기마을(176)


할머니의 합장



한 달에 한 번씩 헌금위원이 바뀝니다. 헌금위원은 헌금시간이 되면 예배당 입구에 있는 헌금함에 담긴 헌금을 헌금 바구니에 담아 제단에 바치는 일을 합니다.


지난 달 헌금위원은 허석분 할머니였습니다. 찬송을 부르는 사이 할머니는 헌금함에 담긴 헌금을 바구니에 담아 제단으로 가져 왔습니다. 할머니가 전하는 바구니를 받던 나는 뜻하지 않은 할머니 모습에 순간적으로, 아주 순간적으로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헌금 바구니를 제단에 선 목사에게 전한 후 할머니는 두 손을 지긋이 모아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던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지났던 건 그런 할머니 모습 대하는 순간 나도 할머니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었던, 나도 몰랐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머리 숙여 헌금함을 받아 제단에 올려놓았지만 실은 나도 따라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싶은 마음이 순간 퍼뜩 지나쳤던 것입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헌금함을 제단에 바치는 할머니의 합장하는 모습이 그렇게 순수하고 경건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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