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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당근

by 한종호 2020. 12. 15.

한희철의 얘기마을(174)


당근




근 한 달 동안 계속 되어온 당근 작업이 이제야 끝이 났다. 강가 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당근, 장마가 겹쳐 힘들었지만 그나마 뙤약볕보다는 비가 나았고, 덥다고 작업을 미루다간 밭에서 썩히기 십상인 일이었다.


당근 작업은 정확히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제법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당근 작업을 위해 새벽 4시가 되면 일할 사람을 데리러 차가 온다.


말이 새벽 4시지 4시에 출발하기 위해서는 새벽 두세 시도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다. 소죽도 써 줘야 하고 밥 한 술이라도 떠야 한다.


당근 캐고, 캔 당근 자루에 담고, 차에 날라 싣기까지의 일은 빠르면 오후 1시 늦으면 서너 시까지 계속된다. 시장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당근이지만 그 당근 속엔 새벽 고단한 잠을 일으킨 주름진 손길들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저 당나귀 홍당무 대하듯, 그렇게만 대해선 안 될 일이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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