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75)
빛
“한 쪽 눈을 빼서 주겠다고, 그것도 좋은 쪽 눈을 빼서 주겠다 했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오원례 성도님은 약해진 눈에는 안 좋다는 눈물을 연신 흘리며 계속 그 얘기를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오랜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와 드리는 심방 예배를 마쳤을 때, 어려웠던 순간을 회고하던 이상옥 성도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내의 시력을 걱정하자 얘길 듣던 오원례 성도님이 끝내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당뇨 후유증으로 생긴 시력 감퇴 현상이 교통사고로 더욱 심해져 시력을 거의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한평생 고생한 아내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눈을 감고도 지내 봤다는 말에 이어, 당신 한쪽 눈을 빼 아내에게 주겠다고, 그것도 좋은 쪽 눈을 주겠다고, 의사에게 전해들은 남편 이야기를 하며 오원례 성도님은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조선팔도에 아저씨 같은 이가 또 어디 있겠냐고, 아주머닌 행복한 사람이라고 교우들은 애써 숙연함을 지우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주님인데 주님 모신 마음에 빛이 꺼지지 않게 기도하자고, 육신의 빛은 물론 믿음의 빛이 꺼지지 않게 기도하자고, 우리에게 주어진 기도 제목을 확인했습니다.
빛의 소중함과, 어둠을 사랑으로 안음으로 어둠 속 불 하나 밝힐 수 있음을 마음에 새긴 밤이었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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