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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거룩한 옥수수

by 한종호 2021. 1. 8.

한희철의 얘기마을(197)


거룩한 옥수수



추석 전날 작실속 속회를 이서흠 성도 댁에서 모였다. 차례도 그렇게 됐지만 특별히 이서흠 성도님이 원하였던 일이다.


울퉁불퉁 온통 자갈이 깔린 길, 윗작실까지의 길은 멀기도 멀고 쉽지도 않았다. 그 길을 걸어 예배당을 찾는 정성을 헤아리며 작실로 올랐다. 


예배를 마쳤을 때 이서흠 성도님은 시간을 맞춰 쪄놨던 옥수수를 내 오셨다. 잘 익은 찰옥수수였다. 옥수수 철이 지난 지 한참일 텐데 그 때까지 옥수수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알고 보니 추석 때 식구들 모두 모이면 쪄 주려고 일부러 때를 늦게 정해서 옥수수를 심었던 것이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삶의 모든 시간 속에 빈틈없이 배어있는 어머니의 지극한 배려. 옥수수를 베어 무는 마음이 문득 거룩해진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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