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과 완고함

한희철의 얘기마을(198)


소심함과 완고함



원주 시내에 있는 밝음신협에서 장학생을 선발하는 일이 있었다. 성적과는 관계없이 가정 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학비를 댄다는 것이었다.


마침 아는 분이 그 일을 권해주어 단강에서도 학생을 추천하기로 했다. 몇 사람과 의논한 후 종하와 완태를 추천하기로 했다. 종하와 완태에게 이야기하고 몇 가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종하가 며칠 후에 서류를 가져온 반면에 완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크게 어려운 서류도 아니고 마감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완태를 만나 채근을 했지만 뭔가 완태는 주저주저 하고 있었다.


“왜 그러니?” 


물었을 때 완태의 대답이 의외였다.


“우리 선생님은요, 되게 무서워요. 말 한 번 잘못 하면 얻어터져요. 지난번 어떤 애는 코피도 터진 걸요.”


서류 중 하나가 담임선생님 추천서였고, 추천서를 받으려면 사정 이야길 해야 하는데 완태는 선생님께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완태 담임선생님 앞으로 편지를 드렸다. 이틀 후 완태는 추천서를 받아왔고 마감 전날인 다음날 원주로 나가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말 한 번 잘못하면 얻어 터져 감히 얘기도 못 꺼내야 했던 완태와 완태 선생님, 완태의 소심함도 문제였지만 선생님은 그런 완고함으로 자신의 편함을 지키고 있는 건 혹 아닌지, 개운치 않은 뒷맛이 씁쓸히 남았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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