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310)
반쯤 비우면
마음이 무거운 날
마음 그릇을 들여다 보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쌓인
땅의 일들이 수북하다
땅으로 꽉 찬 마음 그릇을
허공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반쯤 비우면
저절로 빈 공간에 하늘이 찬다
가끔은
마음이 날듯 가벼운 날
마음 그릇을 들여다 보면
하늘이 가득 펼쳐진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과 배달의 하늘이
이도저도 아닌 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날
그저 생각만 해도
반쯤 땅인 몸속으로
반쯤 하늘이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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