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214)
주인공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 중의 하나는 주인공을 잊어버리는 일이다. 어떤 일로 몇 사람이 모였다 하자.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모이는 자리엔 누군가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생일을 맞았다든지, 이사를 했다든지, 아프다든지, 기쁜 일 혹은 슬픈 일이 있다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가 그 자리의 주인공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잊고 엉뚱한 얘기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엉뚱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엉뚱한 주제가 당연히 나눠야 할 대화를 가로채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설 땐 허전하다. 그 허전함은 돌아서는 사람 뿐 아니라 그날의 주인공인 사람에게는 더욱 클 것이다.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일, 어색함 없이 누군가의 삶을 주목하는 것은 그만큼 아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내 삶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면, 그 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공임을, 나를 나 되게 하시는 분이 내 삶의 주인공임을 잊어버리고 엉뚱한 것에 사로잡혀 한 평생을 보낸다면 돌아서는 길, 얼마나 허전할까.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는 삶, 그게 삶의 또 하나의 지혜지 싶다.
-<얘기마을>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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