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213)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쌓인 우편물을 정리하다 보니 길호가 쓴 메모지 한 장이 있다. 단강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마침 빈 집을 다녀가게 된 수원종로교회 청년들 몇이 남긴 메모였다.
사택이랄 것도 없이 더없이 허름했던 흙벽돌 집. 작은 골방 앞에 써 붙여 둔 짧은 글 하나가 있었다.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그 당시 나를 지탱해 주던 글이었다. 그 글을 눈여겨 본 녀석은 다시 한 번 그 글을 적은 뒤 다음과 같이 썼다.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잊었던 기억. 묻혀뒀던 글,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얘기마을> (1993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