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새가 있었습니다. 그는 밤이 되면 하늘로 날아오르곤 했습니다.
다른 새들이 잠이 들면 슬며시 혼자 깨어 일어나 별들 일렁이는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 일은 쉬는 법이 없었습니다.
날이 밝기 전 그는 어김없이 둥지로 돌아왔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른 새들과 함께 일어나 함께 지냈습니다.
아무도 그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새 한 마리가 그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한밤중 깨었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내 눈에서 사라지는 까마득한 높이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그가 둥지로 돌아온 새에게 물었습니다. 돌아온 새의 깃털엔 아직 하얀 서리가 그냥 남아있었습니다.
-어딜 갔다 오는 거니?
-하늘
-모두들 하늘을 날잖니?
-하늘은 깊어.
-그런데 왜 돌아오니?
-이곳에 살기 위해서
-돌아올 걸 뭣 하러 날아오르니?
-이곳을 사랑하기 위하여.
-<얘기마을>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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