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꽃자리> 출간 책 서평 2021. 3. 3. 19:06

 

 

스물세 번째의 시도, 그렇게 해서 이 원고는 책으로( 세상과 만났습니다. 사별,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떠난 이들의 슬픔을 듣는 일은 괴롭습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담은 원고를 들고 여기 저기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반기는 이가 별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출판사 문은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물두 번의 시도는 사별의 아픔에 더하여 좌절의 고통을 주었을 것입니다. <꽃자리>는 이 원고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빨려들 듯이 읽었습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써온 이들도 아닌데 이들이 토로하는 고통과 그 고통을 치유하고 일어나는 과정은 어느 글장이보다 더 깊게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실과 충격,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의 삶. 방황할 수밖에 없고 비탄의 시간이 쉽게 멈추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모두가 우울하게 지나는 세월에 이런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 자체도 힘겨움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들 멈칫했을 것입니다. 그런 판단과 결정이 충분히 이해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절실했습니다. 초연결의 시대에 그 연결이 끊어지고 고립되고 만남 자체가 불안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별은 그런 고립감의 극단에 있는 경험이 됩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사람들과 이어지고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며 일으키는 마음이 만나야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이들 사별자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 시대 모두에게 일깨우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잃어버리고 이어지지 못하는 삶을 어떻게 이겨내면서 다시 연결되는 우리가 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 여기에 녹아 있습니다. 당연히 배우자의 사별은 시간과 순서만 다를 뿐이지 우리 모두가 겪었거나 겪게 될 일입니다. 피할 수 없는 인생사의 사건입니다. 노년의 죽음이 당연한 듯하지만 그 역시도 충격이며 어쩌면 더 큰 상실감으로 남은 이는 예정보다 더 빨리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별자들의 고통이 남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자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건 경우와 상황만 다를 뿐이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순서대로 실린 글의 주인공 이정숙, 권오균, 임규홍, 김민경의 사연은 각기 다릅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사별 이후의 삶에서 넘어지지 않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내디디고 있습니다. 자기들만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방황하지 않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정숙 님은 사별 3년 차로 10살에 아버지를, 20살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한날에 잃었습니다. 그리고 47살에 남편과 사별하였습니다. 그녀는 47살에 또다시 찾아온 사별로 인한 슬픔과 고통, 좌절과 희망이 담긴 글을 써서 사별 카페에 공유했고, 그녀의 솔직한 고백과 희망이 담긴 글은 사별 카페의 많은 사별자들에게 공감의 위로와 더불어 희망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사별의 아픔을 딛고, 사는 날 동안 봄바람의 꽃잎처럼 삶의 풍경 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인생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권오균 님은 사별 3년 차로 슬픔에 빠져있기 보다는 나는 지구라는 별을 방문한 여행자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며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죽음은 끝이나 소멸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아내와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아내가 원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해서 이 책의 총괄책임자로 활동했습니다. 이 책뿐만 아니라 사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홈페이지 제작/운영을 꿈꾸고 있는 분입니다.

 

임규홍 님은 사별 5년 차인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행복한 삶을 위한 대화외에 국어 교육과 우리말에 관한 다수의 저서가 있는 분입니다. 사별 초기 그가 쓴 사별 카페의 글은 국어학자의 지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내를 잃은 고통으로 횡설수설하는 원초적 슬픔의 글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그는 자신과 같이 슬픔으로 절망하는 사별자들을 돕고 싶어 했습니다. 사별자에게 보편적이고 실제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책이라고 생각하여, 이 책을 쓰자고 최초로 제안했습니다.

 

김민경 님은 사별 8년 차로, 사별 후 친정에 갔을 때, 시뻘건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자신을 마중하던 아버지를 보며 자신은 부모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은 죄인이 되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 죄짐을 벗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난 8년간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아냈습니다. 그녀는 별이 된 그대라는 온라인 사별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사별자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추후 사별심리학을 공부하여 사별자를 위로하는 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형편과 상황이 다른 이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묶인 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홀로 남겨져 이기기 어려운 고독과 싸우고 삶 자체의 무게로 무너지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결국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물두 번의 좌절을 겪고야 비로소 책을 낼 수 있게 되긴 했으나 그 과정이 또한 이분들에게 사별자와 세상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별자들이 최초로 겪는 일은 바로 이 세상과의 대화가 단절되는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자신의 고통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세상이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자신의 처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가?” 이 모두가 다 고난도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를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이 용기가 다른 이들의 안내판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 또는 문화에서 죽음을 일상의 화제로 떠올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것은 두렵거나 불쾌해지거나 불편하던가 아니면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주제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요? 지금 누리고 있는 생명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별자들은 사별이 자신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칠 일이라고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요?

 

그런 까닭에 이들의 증언과 고백 그리고 경험과 나름의 조언은 누구에게나 귀중하다 할 것입니다. 비극적인 일은 막상 겪으면 정신이 없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마음에 여러 상념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하게 되는 책이라고 믿습니다.

 

서양의 경우, 사별자가 쓰거나 사별자를 위로하는 책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례식의 풍속이 다른 까닭도 그렇게 보입니다. 우리도 요즈음은 서양식 장례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대성통곡을 하지 않습니다. 슬픔을 조용히 안으로 삭이는 분위기입니다. 그건 예전 같으면 장례 예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슬픔은 밖으로 드러나 해소되지 못한 채 내면화되고 응어리지기도 합니다. 그건 충격 이후의 우울과 불안의 증세를 더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슬픔과 비탄을 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니 속은 더욱 아프고 쓰리며 외로워집니다. 내색하지 않는 슬픔이란 언제나 비탄의 극단에 갈 준비를 하기 마련입니다. 장례가 끝나고 모두가 다 떠난 자리에서 사별자는 혼자 덩그렇게 남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나는 사별하였다는>는 바로 그 지점에서 풀어놓게 되는 속사정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걸 듣는 우리 자신이 이걸 말하는 이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위로하고 함께 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우리 인생의 시간에서 죽음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별리(別離)가 가져올 아픔은 상상하고 싶지 않으나 언젠가 닥칠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고맙습니다.

 

이미 겪은 이의 고통에서 위로의 길을 미리 발견한다는 것은 어쩌면 미안한 일이지만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사별자들은 그 발견이 곧 자신에게도 위로가 된다고 믿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이어져서 서로 다독거리며 죽음의 강이 갈라놓은 인연의 무게를 새롭게 정리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스물세 번째의 시도는, 편집자로서는 감사이며 축복입니다. 낙담하고 좌절했다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습니다. 그 기회를 열어준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힘차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별은 사랑의 종식이 아니라 확인이며 그 사랑으로 다시 살아갈 길을 찾는 용기 있는 여정의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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