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변관수 할아버지가 당신의 논둑길을 걸어갑니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꼬부랑 논둑길을 꼬꾸라질 듯 걸어갑니다.
뒷짐 지고 걸어가며 벼들을 살핍니다.
간밤에 잘 잤는지. 밤새 얼마나 컸는지, 물이 마르지 않았는지, 피가 솟아나진 않았는지 이른 아침 길을 나서 한 바퀴 논을 돕니다.
그게 할아버지의 하루 시작입니다.
할아버지는 논을 순례하듯 하루를 시작합니다.
곡식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은 참말입니다.
-<얘기마을>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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