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2)
유대인의 신년(2)
심판의 날랍비들은 로쉬 하샤나(신년)를 ‘욤 하딘’(심판의 날)으로 가르친다. 탈무드는 하나님을, 새해 첫날 심판대에 앉아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으로 묘사한다. 모든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생명책에 그들의 새해가 행복하며 성공적인 인생으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연하장에는 “당신의 새해가 좋은 해로 기록되며 밀봉되기를”이라고 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인사한다. 이와 같은 연하장의 문구와 인사말은 하나님께서 신년도의 삶을 새해 첫 날에 심판하여 욤 키푸르(대속죄일)에 인봉(印封)하신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유대의 전승에 의하면, 새해 첫날에 세 권의 책이 펼쳐진다. 첫째 책은 악한 사람들을 위해 둘째 책은 의로운 사람들을 위해, 셋째 책은 그 중간에 속한 사람들을 위해 펼쳐진다. 의로운 사람들은 새해 첫날에 즉시로 생명책에 기록되어 인봉된다. 그들의 신년은 생명의 해가 될 것이다.
생명책에 이름이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일 년 동안 행복하게 살 것이다. 반면에 악한 사람은 죽음의 책에 기록된다. 그러나 그 중간에 속한 사람들은 욤 키푸르(대속죄일)까지 기다렸다가 생명책이나 죽음의 책 둘 중의 하나에 기록된다. 따라서 로쉬 하샤나에서 욤 키푸르까지의 열흘 동안은 특별히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의 행위에 따라 일 년 동안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제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못 살 것인가? 따라서 유대인들은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철저히 회개하며 필사적으로 기도한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하나님은 정확한 심판을 위해 각자의 행위를 낱낱이 그의 책에 기록한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러한 유대의 사상은 운명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삶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는 적극적인 인생관이다. 결국 그의 인생은 그가 선택한 대로 생명책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택했기에 그에 대한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할 것이다.
회개의 날
이날(로쉬 하샤나)은 심판의 날일 뿐 아니라 지난해에 잘못한 것을 회개하는 날이기도 하다. 유대의 전통에 따르면, 하나님의 혹독한 심판을 누그러뜨리는 세 가지가 있으니 곧 회개(테슈바), 기도(트필라), 구제(쩨다카)가 그것이다. 유대인들은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하여 하나님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한다. 이 세 가지가 다 중요하나, 신년에는 이중에서 인간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열려 있는 회개의 문이 특히 강조된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회개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계명에 따라 유대인은 새해 첫날, 자기의 잘못을 회개한다.
새해 첫날에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모든 유대인들은 죄를 자백하는 고백의 기도문을 읽는다. 마음이 열린 유대인들은 가족, 친지 또는 친구들에게 찾아가 구체적으로 자기의 잘못을 밝히고 용서를 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대인들은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된다.
유대인은 구제하는 것을 계명으로 알고 항상 남을 돕기에 힘쓴다. 그러나 로쉬 하샤나에는 구제의 의미가 더욱 강조된다. 구제에는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히 로쉬 하샤나 전달인 엘룰월에 많은 유대인들이 구제에 힘쓰며 신년을 준비한다.
사과와 꿀
새해 첫날 유대인들은 단것을 먹고 신것을 피한다.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풍습도 있다. 새해에는 어려움이 없고 모든 일이 형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하는 풍습이다. 사과를 꿀에 찍어 먹기 전에 반드시 다음과 같이 축복한다.
우리의 주 되신 하나님, 우리 백성의 하나님이여, 우리에게 풍성하고 달콤한 신년을 주옵소서! 우리의 주 하나님, 당신은복되시니 우주의 통치자요, 나무에 열매를 만드시는 분이시니이다.
이러한 행위는 율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풍습으로 내려오고 있다. 똑같은 이유로 신년 첫날에는 고기의 꼬리보다는 머리를 먹는다. 머리는 지도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꼬리가 되기보다는 머리가 되는 신년을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신년 예배
신년 예배는 보통 아침 일찍 시작하여 점심 때가 지나야 끝난다. 모든 예배자들은 기도문을 낭송하며 열정적으로 기도한다. 한참 지속되는 기도는 쇼파(양각나팔)가 울려 퍼질 때까지 계속된다. 쇼파를 분 후 사회자가 시편 47편을 일곱 번 낭송하고 나면 모든 회중은 기도를 멈추고 두려운 마음으로 조용해진다. 토라(성경) 두루마리를 담은 토라궤가 열리면 모든 회중은 챤트를 부르며 두렵고 떨리는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때 예배는 그 절정에 달한다. 회중은 탈릿(기도보)을 머리 위로 끌어올리고 큰소리로 회개의 기도문을 암송한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며, 눈물을 흘리는 회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날을 위대하고 거룩한 날로 선포합니다. 당신의 나라는 높임을 받으시오며, 당신의 보좌는 자비 가운데 계시며, 당신은 진리로 심판하십니다. 당신은 진실로 심판자이시니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아시며 꾸짖습니다. 당신은 증거를 가지고 계시며, 기록하시며, 인봉(印封)하십니다. 당신은 잃어버릴 듯한 것까지도 기억하십니다. 목자의 막대기 밑을 양이 통과하듯 세상에 들어온 사람은 어느 누구라도 당신 앞을 통과해야 하나이다. 당신은 모든 영혼을 세시며 방문하시나이다. 그들의 한계를 정하시며 그들에 대한 심판을 기록하시나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야 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야 하며, 누가 살아야 하며 누가 죽어야 되는지, 누가 주어진 날짜를 다 채우고 가는지 누가 날들을 못 채우는지, 누가 물에 빠져 죽으며 누가 불에 타 죽을지, 누가 칼에 죽으며 누가 굶주려 죽을지, 누가 지진으로 죽으며 누가 전염병에 죽을지, 누가 평안한 인생을 살며 누가 어려운 인생을 살지, 누가 편안하며 누가 괴로움을 당할지, 누가 반성하며 누가 고통당할지, 누가 가난하며 누가 부자가 될지, 누가 버림받으며 누가 영광을 받을지 (당신이 정하시나이다).
회중은 위의 기도문을 읽으며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주권을 깊이 느끼고 각자의 잘못을 회개한다. “그러나 회개, 기도, 구제는 (하나님의) 심판을 누그러뜨립니다”라는 사회자의 선포와 함께 회중의 기도는 점점 수그러들며 조용해진다. 당분간 기도는 조용히 계속된다. 이때 사회자는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인간이 얼마나 약합니까! 티끌로 돌아갑니다. 먹기 위해 땀 흘려야 하며, 마른 풀잎처럼 죽나니 사라지는 그림자요 지나가는 꿈입니다. 그러나 오, 하나님, 당신만은 영원하시나이다. 당신만이 영원한 왕이시니이다.”
최명덕/조치원성결교회 목사,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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