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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

유대인의 신년(3)

by 한종호 2015. 1. 14.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3)

유대인의 신년(3)

 


유대인의 신년은 잔치 기분에 들떠 기뻐하는 다른 나라의 축제들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년의 첫날부터 열흘 동안을 ‘야밈 노라임’으로 지키며, 이는 ‘경외의 날’이란 뜻이다. 이 열흘의 기간은 첫째 날의 신년(로쉬 하샤나)으로 시작하여 열째 날의 대속죄일(욤 키푸르; the Day of Atonement)을 절정으로 끝난다. 야밈 노라임(경외의 날들)은 말 그대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날들이다. 이 기간 동안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생각하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이 열흘간의 경외의 날들을 올바르게 지키기 위하여 신년이 시작되기 한 달 전, 전 해의 마지막 달인 엘룰월을 준비 기간으로 삼는다.

 

경외의 날

어떤 유대인들은 엘룰월 기간 동안 매일 쇼파를 불어 경외의 날들이 가까이 다가옴을 알려 몸과 마음을 준비하게 한다. 이 기간 동안 유대인들은 부모나 가까운 친척들의 무덤을 찾아 성묘하며, 선친들과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관습을 지킨다. 성묘는 엘룰월에서 야밈 노라임까지 계속된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욤 키푸르(대속죄일)는 하나님께 대하여만 회개하는 날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지은 죄는 욤 키푸르 날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1월 1일부터 9일까지는 사람에게 지은 죄를 회개하며, 10일 대속죄일에는 하나님께 지은 죄만 회개한다. 그러나 1월 10일 대속죄일에 하나님께 자기 죄를 회개한다 하여도, 사람에게 지은 죄를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용서받지 못한 사람은 1월 10일 하나님께도 용서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1월 1일부터 9일까지 부지런히 사람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구한다.

로쉬 하샤나로부터 욤 키푸르 사이에 있는 안식일(샤밧)을 가리켜 ‘샤밧 슈바’라고 부른다. ‘돌아오는 안식일’이란 뜻이다. 슈바라는 말은 이스라엘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호세아 선지자의 예언, 곧 호세아 14장 1-9절까지의 첫 구절 “돌아오라 이스라엘아”의 첫 자에서 따온 것이다. 이날은 죄로 인하여 하나님을 떠난 모든 이스라엘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는 안식일이다.

지켜야 할 계명들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이 기간 동안에 지켜야 할 계명이 있다. 그 계명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해에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묵상한다. 이 일을 위하여 일정한 시간을 따로 정하여 매일 묵상한다.

둘째, 지난해에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은 없나 살펴본다. 있다면 그에게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화해한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사람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과도 화해할 수 없다. 유대인들은 욤 키푸르에는 하나님과 관계된 죄만을 회개한다. 그러나 대속죄일이 되기 전까지 사람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욤 키푸르(대속죄일)의 회개가 불가능하다. 하나님이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들과의 문제는 욤 키푸르가 되기 전에 다 해결하고 당일에는 하나님께 지은 죄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잘못한 사람이 찾아와 용서를 빌면 받아 준다. 탈무드는 “용서할 때는 삼나무처럼 뻣뻣하지 말고 갈대처럼 부드러우라”고 가르친다. 남을 용서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남에게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한 자는 하나님의 용서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계명들을 지키는 가운데 유대인의 신년은 회개와 용서, 화해와 기쁨의 영적 축제 기간이 된다.

카프롯

‘카프롯’은 자기의 죄를 닭에게 전가시키는 대속의 관습이다. 대속죄일 이틀 전에 행하며 특별한 시간이 정해진 관습은 아니다. 오후에 하는 사람, 저녁에 하는 사람, 밤에 하는 사람 또는 다음날 아침에 행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들은 수탉을, 여자들은 암탉을 준비한다. 식구가 너무 많아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은 닭 대신 돈을 사용하기도 한다. 돈을 사용하는 사람은 보통 대속죄일 하루 전에 행한다. 행사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닭의 다리를 묶는다. 각 사람은 시편의 시 중에서 ‘아담의 아들들’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구절을 읽는다. 보통, 사람마다 읽는 구절이 다 다르다. 아무 구절이나 원하는 대로 ‘아담의 아들들’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면 된다. 이때 다리가 묶인 닭을 사람의 머리 주위로 아홉 번 돌린다. 닭을 머리 위로 돌리는 동안 유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을 내 대신에 이것을 속죄물로 바칩니다. 이 수탉(혹은 암탉)은 죽을 것이요. 나는 건강과 장수에 들어갑니다.”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는, “수탉(암탉)이 죽을 것이요” 대신에, “이 돈이 구제를 위해 쓰여질 것이요”라고 문구를 바꾼다. 대기하고 있던 쇼헷(합법적인 도살자)은 닭을 잡아 죽인다. 문헌에 의하면 10세기 바벨론에 살던 유대인들 사이에 이 풍습이 널리 퍼져 있었다. 당시 부자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바칠 때 이삭을 대신하여 하나님이 예비하셨던 양을 기념하여(창세기 22:1-15), 수탉이나 암탉 대신 양을 사용하기도 했다.

욤 키푸르(대속죄일)

신년 첫 번째 달의 열재 날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로쉬 하샤나로 시작된 열흘간의 경외의 날이 끝나는 날로, 그 절기의 절정이다. 유대인들은 이날을 대속죄일로 지키며 히브리어로 욤 키푸르라고 말한다.

신년 아홉째 날 저녁에 시작되는 대속죄일은 다음날 저녁 울려 퍼지는 쇼파 소리와 함께 끝난다. 이날, 온 이스라엘은 금식을 선포한다. 모든 유대인은 금식하며 하나님께 자기의 죄를 회개한다. 대속죄일 전날 해지기 전에 유대인들은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친다.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금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친 후 해가 지기 직전에 촛불을 켜 대속죄일을 맞이한다.

대속죄일은 회개의 날일 뿐 아니라 기쁨의 날이다. 십일 동안의 회개를 신실하게 마친 유대인은 대속죄일이 끝났다는 쇼파 소리와 함께 자기의 이름이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되었음을 감사한다. 사람과 하나님께 지은 모든 죄를 용서받고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는 축복의 해가 될 것을 믿는다. 대속죄일이 끝나면 금식을 파하는 식탁을 대한다. 새로운 신년의 삶을 시작하는 기쁨의 식탁이다.

대속죄일에 지켜야 할 계명들

모든 유대인은 대속죄일에 지켜야 할 계명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께 지은 죄를 낱낱이 회개한다.
둘째, 신년 9일째 저녁 해지기 전까지, 다시 말해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과 화해한다. 그 후에야 대속죄일을 맞이한다. 사람들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룩한 대속죄일을 맞이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불경이다. 셋째, 구제한다. 구제는 유대인으로서 언제나 지켜야 할 계명이지만 대속죄일에 그 뜻이 더욱 강조된다. 유대인들은 신년 첫 달 9일째 저녁 해지기 전에 즉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에 구제금을 따로 떼어놓는 풍습이 있다.
넷째, 회당에 가기 전에 아버지가 자녀들을 축복한다.
다섯째, 성인식을 마친 모든 유대인은 하루 동안 금식한다. 아직 성인식을 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금식 시간을 두세 시간부터 시작하여 매해 시간을 늘려 나가다가 성인식이 지나면 하루 동안 금식한다.
여섯째, ‘이즈코르’ 기도문을 음송한다. 이즈코르는 먼저 죽은 유대인의 선조들을 기억하는 기도다. 이 일을 통해 유대인들은 과거의 전통을 오늘날에 이어 받는다.

유대인의 신년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회개와 용서의 큰 절기다. 해마다 반복되는 회개와 용서, 해마다 화해로 시작되는 신년, 이는 유대인을 유대인 되게 하는 유대인의 가장 큰 유산 중의 하나다.

최명덕/조치원성결교회 목사,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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