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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선의 시편묵상

한 말씀만 하소서!

by 한종호 2021. 4. 9.

시편 1편 2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공동번역)

 

優遊聖道中 涵泳徹朝夕우유성도중 함영철조석

거룩한 말씀 새김질하며 거닐며 종일 그 말씀에 젖어드노라(시편사색, 우징숑)

 

어떤 이가 신앙생활을 잘하고픈 젊은이에게 물었다고 합습니다. 평생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이 여정에서 무엇을 얻을 것 같습니까? 젊은이가 머뭇거리자 자답하길, 평생 이 여정을 통해 몸맘, 영혼을 꿸 단 한마디 말씀을 얻으면 충분합니다. 그 한 말씀을 펼치면 성서 전체가 녹아져 있거니와 우주를 담고도 남을 만큼이 됩니다. 이 한 점 인생을 담기에는 너무도 넉넉하지만 그 말씀을 거두어 마음에 새기면 좁디좁아 바늘 끄트머리같은 마음 중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러르면 흔들림없는 북두성이 되고 나아갈 땐 정확히 일러주는 이정표가 됩니다. 머물면 새 힘을 얻는 쉼터가 되고 갈할 때 정신을 일깨우는 생수가 됩니다. 그 한 말씀만 얻으면 됩니다. 그 한 말씀을 그분께 얻었습니까? 그 한 말씀을 들었습니까?

 

사진/김승범

 

말씀을 그저 읽으려 들고 해석하려 들어서는 결코 말씀을 생생히 듣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겠지요. 알량한 지식과 신학으로 어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재단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읽기로는 도무지 말씀을 듣는 사건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좁은 눈과 마음을 지닌 인생이 거룩한 말씀을 감히 해석하고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을 그만두고 말씀이 인생을 사로잡아 감겨져있던 눈을 뜨게 하고 삶을 선연히 비추는 거울이 되도록 머물며 기다려야 합니다. 시인은 이를 거룩한 말씀의 전원을 거니는 것(優遊)이고 은혜의 강물에서 자맥질하며 젖어드는 것(涵泳)이라 일러줍니다. 이를 유한한 시간을 거룩하게 낭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내 삶의 주인이라고 여겨 능동이었던 내가 말씀 앞에서 수동이 되어 머물면 이제껏 수동이시던 말씀이 능동이 되어 내 삶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말씀은 우러나는 맛으로 다가옵니다. 말씀의 맛은 내가 억지로 깨달으려 하면서 쥐어짜서 얻는 것이 아니라 거기 머무는 가운데 절로 우러나 나를 덮어버리고 취하게 만들지요. 말씀의 전원을 걸으며 거기 가득한 신비로운 것들에 취하면 걷는 나는 잊혀지지요. 자맥질하던 나는 물의 흐름에 온전히 맡겨지지요. 그러니 누리고 즐기며 경탄하고 놀라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들린 말씀은 자연 내게 길이 되어 내 발걸음을 이끌지요. 그런 후에야 생명이 되어 이 세상을 생생히 살아가게 합니다. 그런 후에야 진리가 되어 거짓과 오류의 엉킨 실타래를 풀리게 합니다. 그런 말씀을 어찌 감히 내가 읽을 수 있겠습니까? 말씀이여 오셔서 제발 저를 좀 읽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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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5편 1, 2절 한숨짓는 까닭을 알아주소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 체 마소서(《공동번역》) 鑑我默默情(감아묵묵정) 聆我哀哀號(영아애애호) 침묵으로 말씀드리는 저를 살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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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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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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