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편 1-3절
어찌하여 나라들이 술렁대는가? 어찌하여 민족들이 헛일을 꾸미는가? 야훼를 거슬러, 그 기름부은 자를 거슬러 세상의 왕들은 들썩거리고 왕족들은 음모를 꾸미며 “이 사슬을 끊어버리자!” “이 멍에를 벗어버리자!” 하는구나!(《공동번역》)
何列邦之擾攘兮 何萬民之猖狂(하열방지요양혜 하만민지창광)
世酋蜂起兮 跋扈飛揚 共圖背叛天主兮 反抗受命之王
(세추봉기혜 발호비양 공도배반천주혜 반항수명지왕)
曰 “吾儕豈長甘羈絆兮 盍解其縛而脫其韁?”
(왈 “오제기장감기반혜 합해기박이탈기강?”)(《시편사색》, 우징숑)
열방이 날뛰고 만민이 미쳐 돌아가네
세상 우두머리들이 거역의 깃발 세우고 모여서는
우리 주님 배반을 모의하는구나
벗어나자! 더 이상 말씀과 명에 잡히지 말자!
가만히 읽어보면 이 말씀은 구약시대의 시인이 느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여기의 세계를 직시하는 눈매라 여겨집니다. 기를 쓰고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벗어나 제멋대로, 제가 옳다고 여기는 길을 고집하며 주위의 사람들까지 부추기는 아우성입니다. 자기 의에 휩싸여 바벨탑을 쌓는 인생들의 고집이지 싶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 내면의 거스르는 심성을 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제 옳은 길이라고 거슬려 달려서 얻은 결과로 그분의 창조의 결정체인 푸른 지구는 파탄지경에 이르러 기후 위기가 닥쳐오고 뭇 숨붙이들이 삶의 영역을 잃고 내몰리어 멸종의 길로 가더니 끝내 코로나라는 팬데믹으로 돌아오고 말았지요. 그러니 코로나 바이러스는 억압된 것들의 귀환이라고 할까요? 공존해야 할 지구의 생명체들은 온갖 구분과 차별로 나뉘어져 경쟁하며 상대의 것을 뺏으려 합니다. 가진 자는 남은 것을 썩히더라도 더 가지려 하고, 주린 아이는 젖을 빨 기력조차 없습니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가진 부자가 손님 접대를 위해 이웃의 가난한 이의 가족과 같은 한 마리 양을 잡자고 칼을 들었다는 옛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똑똑한 인생들이 합리적 이성을 사용하며 발전시키고, 더 나은 세계로 내디딘 한걸음이 점점 알 수 없는 어둠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경고음이 울리고 위기의 신호가 들리는데도 탐욕은 더욱 인생을 부추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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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을 덧붙인 책 《시편사색》을 펴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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