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편 2절
너희, 사람들아! 언제까지 나의 영광을 짓밟으려는가? 언제까지 헛일을 좇고 언제까지 거짓 찾아 헤매려는가?(《공동번역》)
嗚呼濁世子 冥頑盍有極(오호탁세자 명관함유극)
세상에 물들면 고집은 세고 어둑하기 한이 없어라
그러니 허망한 것에만 빠져드네(《시편사색》, 오경웅)
가인(歌人) 박보영 씨가 부른 노래가 떠오릅니다.
바람은 보이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며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잎에 불면 꽃바람 된다
방금 나를 스쳐지나간 바람 무슨 바람되었을까?
일본의 어느 장애를 지닌 분이 지었다는 시에 붙인 노래입니다. 그는 자신을 스쳐 지나간 바람은 세상에 어떤 의미로 흘러가는지를 묻습니다. 저도 그리 묻고 싶습니다. 저는 시방 무엇에 물들어 있고 어떤 결로 흐르고 있습니까? 당신을 믿는다고 하는데 저는 당신으로 물든 인생입니까? 거룩한 당신의 말씀이 저를 물들이고 있는지요? 당신의 사랑과 평화가 저를 물들이고 있습니까? 혼탁한 세상에 물들면 고집은 점점 세지고, 저만 옳은 줄 알고 제 살 궁리만을 지상목적인 양 찾아 헤맵니다. 이 생을 살아가는 이상 이런저런 경험들을 아니 할 수 없지만 마치 자신의 경험이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척도인 양 휘두르는 어리석은 인생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경험이라야 짧은 세상살이에서 주워든 짜집기 잡설이라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아 조금만 살펴보아도 모래 위의 누각이요, 바람 앞의 등불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거기에 더해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마음은 더욱 더 텅비어 허망해지지요. 느느니 영합이요 어줍잖은 자기합리화입니다.
그 옛날 송옥(宋玉)이 부른 노래가 경계가 됩니다.
處濁世而顯榮兮 非余心之所樂(처탁세이현영혜 비여심지소낙)
어지러운 세상에서 영화를 누리는 것
진정 마음이 원하는 바가 아니어라
영화를 얻으려다 다들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세상이라 자신을 지키며 주님을 우러르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어 보이겠습니까? 그런 허망함에 물들지 않게 하시고 다시 한 번 더 제 마음을 살피어 이 하루도 당신으로 물들이려는 마음 다지게 해주십시오.
공명(公明)하신 주님, 제 안에 있는 어둡고 어둑한 것들, 제 이기심과 고집을 부끄러워하면서라도 어떻게든지 꺼내놓게만 해주십시오. 그렇게 사(私), 은밀하고 감추인 욕망들을 내어놓으면 그 빈 자리를 당신이 차지하시는 거지요. 그러니 절로 당신께 가까이 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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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오경웅)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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