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환갑을 맞은 변학수 씨의 축하예배가 새벽 3시로 정해졌습니다. 일단 잔치가 시작되면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지라 예배드릴 시간이 마땅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지집사님이 아예 시간을 새벽으로 잡았습니다.
하나님께 예배부터 드리고 시작하겠다는 믿음에서였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그 새벽에 우리는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환갑을 맞기까지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축하의 말을 하던 집안 어른이 나무장사 얘길 했습니다. 변학수 씨가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려왔던 방책은 나무장사였습니다. 허리가 휘도록 나뭇단을 내다 팔아 그나마 어려운 생계를 이어왔던 것입니다.
일제에, 6.25에, 보릿고개에 모질고 험한 세월 살아왔지만 그래도 돌이켜 생각할 때 어려웠던 만큼 하나님의 은혜가 컸음을 깨닫습니다. 자식들은 건강하게 자랐고 이젠 귀여운 손주들도 여럿입니다. 살아온 지난날의 역경처럼 구질구질 새벽의 찬비는 제법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맑은 날을 기원했습니다.
간절한 소원 들으셨는지 정말 비는 하루 종일을 참았고, 잔치가 끝난 어둘 녘에야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지켜주신 주님의 은혜가 환갑을 맞으며 돌아보니 적지가 않았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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