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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사방의 벽이 없는 집

by 한종호 2021. 6. 21.

 


사방의 벽이 없는 집
바람의 벽이 있는 방

오랜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이 
네 개의 기둥이 되고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가지런히 지붕이 되고

누구는 신발을 신고서 걸터 앉아 
손님이 되기도 하고

누구는 신발을 벗고서 올라 앉아 
주인이 되어도 좋은

에어컨도 필요 없고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벽이 없는 집

부채 하나로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면
스스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신선도 되고

먼 산 흘러가는 구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물 같이 구름 같이 그리 흘러가는 운수납자도 되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보고 있으면 
그대로 보리수 나무 아래 앉은 부처가 되는 

지고 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서
십자가 나무를 생각하는 바람의 방

이곳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 위의 나그네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집

바람의 벽이 있는 방
바람이 주인이 되는 방에서 

한 점의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가
흔적 없이 지나는 순례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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