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돌로 지은 허름한 방, 임시로 마련된 예배처소도 그러하고 내 기거할 방도 그러하다.
문득 생각하니 묘하다.
동화작가 권정생에 대한 얘길 듣고부터는 흙벽돌집에 대한 기대를 은근히 가져왔지 않았는가.
맑게 설움이 내비치는 사람, 그는 동내 청년들이 빌뱅이언덕에 지어준 작은 흙벽돌집에서 꽃과 함께 생쥐와 함께 살고 있다.
겉은 더 없이 허술해도 방안은 아늑한 집, 다른 건 없어도 좋아하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곳, 많진 않지만 책을 둘러쌓으니 마음속 바래왔던 기대 하나가 이루어진 셈이다. 낮에도 문을 닫으면 불을 켜야 하지만 족하다.
작은 카세트임에도 FM 방송이 두개씩이나 나오고, 커피와 촛불과 노래가 있으니까. 고요한 시간은 보다 창조적일 수 있을 테니까. 책상 앞 벽에 “所有는 적으나 存在는 넉넉하게”라 써 붙인다.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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