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강원도 고성군 대대리를 친구와 함께 찾은 적이 있다. 대대리에서 목회하고 있는 친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강원도 고성군이면 아버지 고향인 북쪽의 통천군과 접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룻밤 다녀오는 짧은 일정인지라 무얼 할까 하다가 다음날 아침 건봉사를 찾았다. 남한의 최북단에 있는 사찰로서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소개를 들었다.
기기묘묘한 금강산 풍경 속 웅장한 사찰을 그리며 갔는데,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금강산 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산과 다름이 없었고, 산꼭대기에 올라서면 멀리 아버지 고향 한 자락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었던 기대는 무리한 기대였다. 원래는 우리나라 4대 사찰 중 하나요, 금강산 내 사찰 중에선 규모가 제일 큰 본사였다는데 6.25 때 모두 소실되어 지금은 대웅전만 썰렁하게 남아있었다.
그래도 인상 깊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건봉사 입구 일주문에 쓰여 있는 문의 이름이었다. 낡은 현판에는 「不二門」이라 쓰여 있었다. 뭐라 명쾌하게 옮길 순 없었지만 마음으론 느낌이 다가오는 이름이었다.
어떤 예감이 있었을까, 최북단(사실 이 말은 얼마나 슬픈 말인가,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말이 맞을 텐데)에 있는 사찰 일주문의 이름이 「不二門」이라는 사실은, 비애어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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