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by 한종호 2015. 4. 1.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7)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그러므로 내가 여전(如前)히 너희와 다투고 너희 후손(後孫)과도 다투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너희는 깃딤 섬들에 건너가 보며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 이 같은 일의 유무(有無)를 자세(仔細)히 살펴보라 어느 나라가 그 신(神)을 신(神) 아닌 것과 바꾼 일이 있느냐 그러나 나의 백성(百姓)은 그 영광(榮光)을 무익(無益)한 것과 바꾸었도다 너 하늘아 이 일을 인(因)하여 놀랄지어다 심(甚)히 떨지어다 두려워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 백성(百姓)이 두 가지 악(惡)을 행(行)하였나니 곧 생수(生水)의 근원(根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물을 저축(貯蓄)지 못할 터진 웅덩이니라”(예레미야 2:9-13).

 

                                                   

                                                   류연복 판화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찔거릴 만한, 세상이 몹시 놀랄 만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레미야는 본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 하늘아 이 일을 인(因)하여 놀랄지어다 심(甚)히 떨지어다 두려워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이니라”(12절).

 

“하늘아, 이것을 보고 너도 놀라고 떨다가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나 주의 말이다.”(새번역)

“하늘도 놀랄 일이다. 기가 막혀 몸서리칠 일이다. 이는 내 말이니, 잘 들어라.”(공동번역 개정판)

“하늘아, 이를 두고 깜작 놀라라. 소스라치고 몸서리쳐라. 주님의 말씀이다.”(성경)

 

하늘도 깜짝 놀랄 일, 기가 막혀 몸서리칠 일, 새파랗게 질려버릴 일,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하늘더러 가만있지 말라 하시는 걸까?

 

신을 신 아닌 것과 바꾼 일이었다. 헌신짝을 엿과 바꿔먹듯 하나님을 버린 일이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다른 신으로, 아니! 신 아닌 것으로 바꾼 일이었다.

 

결국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헛된 것과 바꾸었다. ‘헛된 것’은 히브리어로 ‘헤벨’이며, ‘헛되이 행하다’는 ‘하벨’이다. ‘헤벨’을 뒤따라가더니 결국은 스스로가 ‘헤벨’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헛된 것을 좇더니 헛된 것이 되고 만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런 일은 세상에 다른 신을 섬기는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깃딤’은 서쪽을, ‘게달’은 서쪽을, 결국은 온 세상 모든 나라를 의미한다. 세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서 일어났으니, 하늘이 새파랗게 질려버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헤벨을 따라가 헤벨이 되고 만,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이 저지른 악을 이렇게 지적하신다.

 

“생수(生水)의 근원(根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물을 저축(貯蓄)지 못할 터진 웅덩이니라”(13절).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나를 버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물이 고이지 않는, 물이 새는 웅덩이를 파고, 그것을 샘으로 삼은 것이다.”(새번역)

“나의 백성은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생수가 솟는 샘인 나를 버리고 갈라져 새기만 하여 물이 괴지 않는 웅덩이를 팠다.”(공동번역 개정판)

“정녕 내 백성이 두 가지 악행을 저질렀다. 그들은 생수의 원천인 나를 저버렸고 제 자신을 위해 저수 동굴을, 물이 고이지 못하는 갈라진 저수 동굴을 팠다.”(성경)

 

생수의 근원을 버린 이는 자기가 웅덩이를 판다. 그 웅덩이가 터진 웅덩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을 담을 수 없는 터진 웅덩이라는 것도 모르고.

 

생수의 근원인 하나님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제 스스로 웅덩이를 판 백성들, 터진 웅덩이를 샘으로 삼은 백성들, 그들의 모습은 하늘도 새파랗게 질려버릴 일이었다.

 

하나님을 하나님 아닌 것과 바꾼 일은 하늘도 새파랗게 질려버릴 일, 하나님 대신 하나님의 축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바알(풍요로움)을 선택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뻔뻔한 우리들, 그야말로 하늘이 새파랗게 질려버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