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거예유. 이것 다 때문 올라갈 거예유.”
허름한 광이며 부엌 빼곡했던 나무 단이 제법 허술해졌습니다. 연이은 매운 추위 수은주 내려가듯 키가 줄었습니다.
겨울이 언제 다 갈지 아직 모르는데 나무 모자라지나 않을까 할머니께 물었더니, 답을 준비해 놓은 듯 대답이 쉬웠습니다.
“올라 가다뇨?”
“나무 다 때문 서울 자식 네로 올라가든지, 산으로 올라가든지 할 거예유.”
유난히 춥고 유난히 눈 많은 이번 겨울, 홀로 살며 일일이 불 지펴 추위를 쫓아야 하는 할머니의 아픔과 외로움이, 자식 네든 산으로든 장작 떨어지면 어디든 올라 갈 거라는 할머니는 말씀에 아릿하게 배어 전해져왔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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