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토 작업을 합니다. 차라리 탱크를 닮은 15t 덤프트럭이 잔뜩 흙을 실고 달려와선 논과 밭에 흙을 뿌립니다.
땅 힘을 돋는 것입니다. 땅에도 힘이 있어 몇 해 계속 농사를 짓다보면 땅이 지치게 돼, 지친 땅의 힘을 돋기 위해 새로운 흙을 붓는 것입니다. 트럭이 갖다 붓는 검붉은 흙더미가 봉분처럼 논과 밭에 늘어갑니다.
객토작업을 보며 드는 생각 중 그중 큰 것은 고마움입니다. 그건 땅에 대한 농부의 강한 애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농촌이 천대 받고 아무리 농작물이 똥값 된다 해도, 그렇게 시절이 어렵다 해도 끝내 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땀 흘려 씨 뿌리겠다는 흙 사랑하는 이의 눈물겨운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흙먼지 날리는 객토작업을 불편함보단 든든한 고마움으로 보게 됩니다.
-<얘기마을> 1991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와 함께 탄 버스 (0) | 2021.11.19 |
---|---|
자괴감 (0) | 2021.11.18 |
숨겨놓은 때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0) | 2021.11.16 |
빵 배달 (0) | 2021.11.15 |
“야, 야, 얘들 나와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0) | 2021.1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