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야, 얘들 나와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거의 매일 저녁 아이들 부르는 소리가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았다. 그 일은 언제나 숙제를 먼저 마친 아이들 몫이었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면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제법 마당이 넓은 나무로 된 전봇대 아래, 우리가 늘 모이는 곳은 이내 아이들로 북적댔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만세잡기, 술래잡기, 다방구 등 신나는 놀이를 했다. 매일 해도 정말로 신이 나는 놀이들이었다. 그 놀이는 어둠이 한참 깔려서야 끝이 나곤 했다.
상호야, 웅근아, 호진아, 병세야, 저녁 먹으라 불러대는 엄마들 목소리가 또 한 차례 동네를 울리고 나서야 아쉽게 놀이가 끝나곤 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는 그 소리들이 남아있다. 매일 저녁 동네를 돌며 애들 나오라 부르는 소리, 땅거미 속 밥 먹으라 불러대던 엄마들의 소리. 때론 얼마나 그리운 소리들인지.
그렇다. 고향이란 그곳이다.
언제라도 날 부르는 친구들의 소리가 있는 곳.
밥 먹으라 불러대는 엄마들의 소리가 있는 곳.
그 곳!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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