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어둠이 내린 저녁까지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차례가 돌아왔다. 한사람 끝나면 또 다음 사람, 잠시 쉴 틈이 없었다. 파마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머리를 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노인으로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차례를 기다릴 때, 이런 저런 얘기로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다. 난로 위에서 끓는 산수유차가 하얀 김으로 신이 났다.
원주 <선 미용실>의 서명원 청년, 한 달에 이틀을 쉰다고 했다. 그 쉬는 날 중의 하루를 택해 아침 일찍 단강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리고, 마을 분들을 위해 머리 손질 봉사를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일, 결코 깨끗하다 할 수 없는 다른 이의 머리를 만져야 하는 일, 늘 하던 일을 모처럼 쉬는 날 또 다시 반복하야 하는 일, 그러나 어둠이 내리고 마지막 손님이 된 종순이 머리를 다듬기까지 예의 그 밝은 웃음은 변함이 없었다.
따뜻한 웃음과 따뜻한 얘기들, 문득 문득 사람들은 그런 삶을 신기해했다. 쉽지 않은 삶의 근원이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하기도 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내가 직장인이었다면, 한 달에 이틀 쉬는 날 중 하루를 그것도 온전한 하루를 다른 이를 위해 쓸 수 있을까?’ 나도 자신이 없었다. 여간한 마음 없인 어림없는 일인 듯싶었다.
예배당에서 머리를 깎아 미안하다 했지만 십자가 아래서의 아름다운 봉사, 마침 그날이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는 종려주일, 주님이 그러시는 것 같았다.
‘거 참 보기 좋구나. 다 끝나고 시간 남거들랑 내 머리도 좀 다듬어 주렴. 치렁치렁 땀과 핏방울로 뒤엉켜 헝클어진 내 머리를.’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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