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전화가 있다. 단강에서 이사 나간 최일용 성도님과 신동희 집사님의 전화다.
최일용 성도님은 아직 배움의 길에 있는 두 형제를 데리고 부론으로 나갔다가 다시 문막으로 이사를 갔다. 막내 갑수가 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나 이젠 백수와 둘이서 지낸다. 문막 농공단지 내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신동희 집사님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 병관이와 둘이서 살다가 지난해 만종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집사님은 청주 근교로 멀리 떠났다. 단칸방을 얻어 살며 어느 회사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냥 전화했어요,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무슨 용건이 있는 전화는 아니다. 그저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하는 전화인 것이다. 뽑아도 뽑아도 밟아도 밟아도 돋아나오는 잡초처럼 어쩜 그렇게 모질게도 살아가는 두 분. 모두 잘 지낸다고 밝게 웃지만 웃음 뒤에 묻어나오는, 아득히 깔리는 힘겨움, 몇 마디 인사말에 목소리가 젖기도 한다.
이따금씩 걸려오는 전화, 그저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거는, 떨리는 전화.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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