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 상희 아버지는 한참 어둠이 내린 버스정류장을 늦도록 서성였다.
안산으로 취직을 나간 고등학교 졸업반인 딸 상희가, 신정휴가를 맞아 고향에 오겠다고 뒷집을 통해 연락을 해 왔던 것이다.
피붙이 하나 없는 객지에 어린 것이 나가 얼마나 고생이 됐을까. 먹을 것 제대로 먹기나 했는지, 딸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제법 붐빈 막차에도 상희는 내리지 않았다. 막차 지나 한참까지 기다렸지만 상희는 오지 않았다. 밤늦게 다시 걸려온 전화, 야근 나간 상희였다. 상희 아버진 된 술로 한해를 보내고, 상희의 아픔은 펄펄 흰 눈으로 내리고.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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