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이 밥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밥을 먹지 못하는 이가
어딘가에 있지는 않은지
한 숟갈 한 숟갈
밥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밥을 많이 갖는 일이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좋은 옷을 입다가
이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허름한 옷을 입은 이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한 올 한 올
옷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좋은 옷을 입는 일도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나의 열심이
너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나의 꿈과 성취가
너에게 상실이 될 수 있음을
이처럼 밥과 돈과 학력과 권력과 명예와 지위
이 땅에 쌓는 모든 것들을 잇고 잇다 보면
나에게 있어
너에게 없는 것이라면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무엇일까?
윤동주 시인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한 줄의 시를 가슴에 품다가
시인의 마음이 나에게 화두가 되었다
하늘에 대어 보고
나무에 비춰 보고
하늘을 보고 있으면
가슴은 자꾸만 비워지고
나무를 보고 있으면
나무 아래에 앉은 석가모니가 보이고
그렇게 나는
점점점
감자를 먹으면 맛있어서
마음은 포실한 감자밭 같고
보푸라기가 튼 옷을 입어도
얼굴엔 그늘 없이 웃을 수 있는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그런 게 무엇일까?
오늘도 나는 궁금하여서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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