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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퇴임식은 파란 하늘빛, 취임식은 붉은 노을빛

by 한종호 2022. 5. 11.




2022년 5월 9일 청와대 퇴임식 후 퇴근길
2022년 5월 10일 취임식 장소들과 신라호텔(삼성)까지

퇴임식 후 퇴근길과 귀향길마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푸른 바다

취임식에는 
초청장 손에 흔들며 파도를 쳐도 검문한다며 
행사장 밖에서 발만 동동거린 노인들이 붉은 노을빛

대통령 자리바꿈을 두고 펼쳐진
대한민국의 진기한 풍경

고향으로 내려가는 퇴임길마다 파란 하늘빛
혈세잔치 줄줄 세는 취임식 장소들마다 붉은 노을빛

오늘 하루도 방송을 안 보려고
아예 세상사에는 등을 돌리려고 대신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도마복음과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님의 도마복음과
다석님의 신화를 벗은 예수(도마복음) 강의를

두루두루 번갈아 들으며 
충만한 시간을 보내려 했건만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 켜 놓은 텔레비전이

내 손 안에 든 핸드폰 비번 누르는 게
마음의 다짐보다 가깝고 쉬워서

퇴임길 기사를 보게 되고
취임식 기사도 보게 되고

시민들의 반응도 보고
시민들의 댓글도 보고

모든 언론사의 취임식 기사마다 
온통 화난 얼굴들

모든 언론사의 퇴임식 기사마다 
온통 웃는 얼굴 감동 얼굴

악취가 진동하는 언론 기사문을
열어 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언뜻 본 퇴임식 영상에서 
푸른 하늘빛을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 하루를
흔들흔들 그네를 타듯이

몸은 일을 하느라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살아도

마음은 다사다난했던 
하루해를 보내며

나는 아직도 
차 안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자정이 넘었는데
집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밤이 되니 문득 다석님의 날수가 떠올라

나도 이제부터 날수를 세어보기로 
한마음을 먹는다

날수의 이름은 
개탄날

5월 11일은 개탄날 1일
5월 12일은 개탄날 2일
......

개탄날의 날수를 세는 동안
나는 무엇으로 나를 돌보아야 할까?

내 안의 탐진치를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하고

내가 먼저 나를 심판하려면 
진리의 저울이 있어야지

내가 먼저 나를 비추어보려면 
진리의 거울이 있어야지

돈돈거리는 엉터리 공부 말고 
깨치고 나아가는 공부를 해야지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 같은
하느님이 명하신 마음을 지키는 일 같은

숨을 쉬는 순간마다
마음 바라보는 일을 놓치지 않으면

푸른 하늘 같은
본래 마음이 저절로 드러나는 법

단지 숨만 쉬면서
크고 밝은 하늘빛을 그리며

평화의 숨으로
지우고 또 지우고

평화의 숨으로
비우고 또 비우는

숫타 니파타의 
자등명 법등명

자기를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아

숨만 쉬어도 
저절로 살아지는 삶 공부

그리고 개탄날을 세어 보자
세다가 지치면 또 세기로 하고

앞으로 다가올 마른 장작개비 같은
하루하루를 모아서

즐거운 공부방에 
군불이라도 지펴보자

🍏

개탄날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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