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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

그 자리가 바로 복

by 한종호 2022. 5. 30.

사진/김승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과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시편 1:3)

 

시편 1편은 세상 대세에 기울지 말고, 혹여 그 길이 다수가 선망하는 듯하지 않다 해도 하나님의 음성에 따라 사는 자가 결국 복된 자라는 고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리어 이 망하고 말 자들이 세상에서 융성하는 듯한 모습에 혹해 거기에 끼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줄 저줄에 붙어 주변에서 출세하는 듯할 때, 주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이 흔들리고, 세상의 풍향을 재어 자신의 위치를 마련하고자 기를 쓰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작은 인연이라도 이용하여 새로운 권력과 연을 맺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무리들이 등장한다. 그 권력에 반대했던 자들조차도 언제 그랬는가 싶게 아부에 몰두한다. 이번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서 언론이 보였던 낯 뜨거운 표변은 그런 군상(群像)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지식인들도 평소의 지조와는 아랑곳없이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침묵하거나 아부한다. 자천타천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기에 바쁘고, 그래서 권좌의 귀퉁이라도 차지해볼 요량으로 명성과 힘을 가진 이들의 자리에 자신의 명함을 내밀기에 정신이 없다. 열매를 얻기 위한 고난의 자리에는 빠지고, 영달의 기회는 놓치지 않으려 든다. 그런 자들이 권세를 잡으면 이 시대는 또다시 오욕과 부끄러움, 그리고 허무한 고난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 탐욕을 부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성채가 영원무궁할 줄로 착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은 언제나 바람에 나는 겨일 뿐이다. 아무리 진력을 해도, 그 결과는 망하는 것으로 낙착된다.

 

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어떻게든 이루어지는 귀중한 사건의 운명이다. 누가 어떻게 방해하고 짓누르며 틀어막으려 해도 성취되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나 기를 쓰고 이룬 듯해도 결국은 소멸하거나 패망할 운명을 가리켜 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의 융성에 눈이 멀어 영원한 영광을 버리는 자가 세상에 너무도 많다. 자기가 자기에게 속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시하시는 길을 버리는 자는 복과 인연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민족도 복과는 거리가 멀다. 때가 와도 열매가 열지 못하며, 아직 시들 때가 아닌데 잎은 시들며, ()할 듯했는데 패()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은 가격이 높은 일은 하려고 들지만, 가치가 높은 일이라도 가격이 낮게 매겨지면 하지 않는다. 가격으로 판단하는 자는 가치의 본질을 알 수 없다. 하나님의 역사, 그 은혜, 그 복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하나님의 뜻을 파악하고, 그에 순종하여 세상의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흔들림 없이 가는 자의 모습을 시편은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 했다. 그 나무는 자신이 자라는 데 필요한 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쉬임없이 공급되는 수분으로 그 나무는 메마르지 않는다. 고갈되지 않는 생명으로 인하여 그 나무는 열매가 요구되는 때에 열매를 내어놓을 수 있으며, 지치지 말아야 할 때 지치지 않는다. 그의 존재가 처한 자리 자체가 이미 복이다. ‘어디로 어떻게 나의 삶의 자리를 옮겨야 할까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자리, 바로 그곳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능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가 언제 어디에 있든 간에 그곳이 바로 시냇가이며, 그의 삶은 바로 그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이다. 그러니 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이유도 없다. 이제껏 없다고 여겼던 시냇물조차도 자신의 삶이 심겨진 자리에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가는 곳, 있는 자리마다가 모두 시냇가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꼭 어디를 가야만이, 꼭 어떤 방식을 택해야만이 무엇인가 근사한 것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려는 일마다가 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말을 해도, 그가 웃어도, 그가 울어도, 그가 걸어도, 그가 노래하여도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하나님의 사건이 되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있는 자리, 그 사는 모양새 자체가 바로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이며, 때 맞추어 열매를 내고 늘 싱싱한 활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삶에서 사람들은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감사와 희망을 발견한다. 얼핏 처음에는 여차저차한 사람들의 틈에 끼어서 행세를 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스러웠으나, 차츰차츰 이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 같은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하며 세상을 참되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하여, 자신이 있는 곳을 바로 복의 현장으로 만들라. 시냇가에 심겨진 것 자체가 복인 것을 일깨워, 자신이 있는 어디에서나 모두 다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의 풍경으로 변화시켜라. 그리하면, 세상은 거기에서 나오는 열매를 맛보고 시들지 않는 잎에 감탄하면서 기운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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