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면접 당시에
4명의 후보가 있었고
후보자들 중에서
공수처의 필요성과 검찰 개혁에 대하여
가장 강력하게 찬성한 이가
윤석렬 후보였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때 거짓말을 했다.'
- <가불 선진국>, 조국, 42쪽에서 인용
그 또한 검찰 공직자의 거짓말이었다니,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치 윤이 강력하게 외치던 대선 직전의 공약을 두고
당선 직후부터 파기해가던 모습들과 그대로 겹쳐진다.
검찰총장 면접 당시에 이러한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던
주변 당사자들의 심중 고통과 염려가 얼마나 컸을까?
이제는 그 고통과 염려가 나에게로 온 것 같아
내가 선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란 늘 뒷전이었던 한 사람인데
이 밝은 시대에 검찰 공직자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나
이 시대는 하나의 진실에 닿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진실에 닿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고통의 소용돌이를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깨어 있으려는 지성인의 힘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진실을 알게 된다는 건
비록 아프고 괴로움이 가중되는 일이지만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옛 시절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의 진실을 생각하면
그저 답답하고
막막했었는데
이렇게 기록을 통해서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되어 참 고마운 일이다.
같은 지성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권력이나 돈이 줄 수 없는
내겐 가장 든든한 위로와 힘이 되는 것 같다.
진실이 내게 중요한 이유는
진실이란
자연의 다른 이름
진리의 다른 이름
참의 다른 이름
태양의 다른 이름
별의 다른 이름
구슬처럼 흩어진 모든 사건들을
하나로 꿰는 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두 눈의 초점을 맞추는 일
사람이
비로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순간
그 순간은
진리가 몸이 되는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온전히 행복한 순간이기에
조주 선사의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우리집 안에서 눈에 띈 공벌레
갈 곳 잃어 먼지 뭉치에 껴 있네
마당가 풀밭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공처럼 몸을 말고 있는 공벌레를 보면서
진실이란
생명이 살아 숨쉴 수 있는
집일 아닐까
진실을 찾는 일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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