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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퇴보

by 한종호 2022. 5. 31.

다음주부터 CGV에서 <그대가 조국> 상영 중단



울산 CGV에서는 지난주 5월 25일에 전국 동시 개봉한 <그대가 조국>을 밤 8시 30분에 관람하였습니다. 상영관이 크진 않았지만, 앞 좌석 서너 줄 빼고는 대부분의 뒷 좌석이 가득 찼었습니다. 

첫날부터 많은 시민들이 <그대가 조국>을 보기 위하여 영화관을 찾았고, 개봉일부터 높은 호응도에 변방 울산에서도 왠지 모를 연대감이 느껴져 관람 내내 마음 한 켠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보려고 예매를 시도하였더니, 평일에는 직장인이 관람할 수 없는 아침 시간대와 어중간한 오후 5시 무렵이거나, 자정 무렵의 시간대로  상영시간이 배치되어 있어서 곤란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보려고 다시 예매를 시도하였더니, 마찬가지로 주말 상영시간이 하루에 1~2회 정도 뿐이고, 시간대도 어중간하다 싶었습니다. 대신에 <범죄 도시>는 하루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를 범죄 도시로 만들려는 검찰정부와 언론과 대기업의 조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저만의 지나친 착각인지,

그래도 그냥 그런가 싶었는데, 자정 무렵 페친의 대문에서 깜짝 놀랄 소식을 보고는, 이 시대에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주부터 전국의 CGV에서 <그대가 조국>을 내린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확인을 하려고 CGV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번 주 토요일 6월 4일 하루 상영 1회, 밤 9시 40분이 마지막 상영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6월 5일부터는 <그대가 조국>이 보이지 않습니다. 

<범죄 도시>, <포켓몬스터>, <쥬라기 월드>, <에프터양>, <카시오패이아>, <특수요원 빼꼼>...

이처럼 현재 CGV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의 제목들을 나열하면서, 왜 이리 서글픈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와 거대 자본과 언론이 허락하여 국민에게 주입하려는 그 무언가가,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마라는 무언의 세뇌처럼, 마치 히틀러가 국민 우민화 정책으로 사용했던 빵과 3S 중 스포츠와 서커스가 이런 류(현실 망각, 현실 도피)의 영화와 겹쳐지는 것도 저만의 지나친 착각인지,

CJ 계열사를 하나씩 끊으려는 시도는 이미 시작하였지만, 가깝게는 아들이 좋아하는 뚜레주르 샌드위치 쿠폰 모으는 일을 관두었습니다. 10장을 모으면 샌드위치 하나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인데,  한 달 전쯤 쿠폰 다섯 장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너무도 많은 CJ 계열사의 그물망에 포위되어 살아가고 있는 몸이지만, 하나씩 그 포획망의 줄을 끊어나가거나, 하나의 줄이라도 줄여나가다 보면, 어디선가는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습니다.

막다른 길이다 싶었을 때, 언제나 새로운 길이 열렸던 경험들이 저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문을 여는 가장 정확한 열쇠는 언제나 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가난이 제게 가르쳐 준 소소하지만 생산적인 방법들이 이제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검소함과 소박함과 자연에 가까운 생존 방법들이 그것입니다. 실은 우리집에서 한 두 달 전부터 헤어린스가 떨어졌는데, 샴푸 후 뻑뻑해진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빗느라 머리카락이 뭉텅 빠지는 걸 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견뎌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편과 아들은 헤어린스의 부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고, 딸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린스를 찾지 않는 걸 지켜보면서 그럭저럭 두어 달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헤어린스 없이 생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거의 이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20대 초반에 요가와 참선을 시작하면서 자본주의의 굴레로부터 살짝 이탈하여 생활한 경험이 또한 제겐 소중한 자산입니다. 소비보다는 많은 사색을 했던 무렵입니다.

헤어린스 없이 지내온 한 두 달 동안, 그냥 손쉽게 주문을 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샴푸 후 머리카락 끄트머리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뻑뻑함, 그 이후에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마르면서 살살 빗질을 한 다음, 그 이후에는 그런대로 지낼 만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헤어린스 소비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진 거 같아서 뿌듯한 마음까지 듭니다. 왜 진작 끊지 못했을까 하는 각성도 듭니다. 이제는 가족들 중 누구도 헤어린스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주어진 습관성 소비에 얼마나 많이 노출이 되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씩 생활 모습을 점검해 보아야겠습니다. 불필요한 소비와 불필요한 소유가 있는지 되돌아보아야겠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대신 주어지는 시간과 자본으로 좋은 책을 사서 읽고 싶습니다. 올바른 안목으로 좋은 책을 골라야지 하는 마음을 먹을 때면 신이 납니다. 그리고 또 주어진 돈을 쪼개어서 <촛불 시민>에게 마실 물을 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대학생진보연합>의 대학생들이 손수 만든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통밀 쿠키를 주문했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입니다.

우리 사회 주변 곳곳을 잘 살펴보면서, 온갖 매체들로부터 무분별하게 노출된 광고의 노예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말로 가끔 아이들을 일깨우려는 마음이 잔소리가 되기고 합니다.  

어디로 어떻게 시간과 자본을 흘려보낼지 스스로 고민하면서 나아가는 일, 그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스스로 제어하며 막으려고 시도해 보는 일, 처음엔 막연하지만 가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렇게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새로이 만나게 되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해처럼 떠올려봅니다. 마치 마트에서 식품 뒷면에 깨알처럼 적힌 정보를 읽어내는 일 만큼이나 느리지만, 뭔가를 알고 선택한다는 것은  비로소 이 땅 위에 스스로 바로 서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할 때면, "아아"라고 줄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모습을 재밌게 보게 됩니다. 거기에 장난끼가 발동한 어느 카페 사장이 직원에게 업무에 대하여 부탁하기를 "아아"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아아" 그 뜻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끼세요." 카페 물품들을 무조건 아끼지 마시고, 불필요한 사용은 줄이되 꼭 필요한 사용은 하시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물도 아끼고 전기도 아끼고 모두 다 아껴주세요. 심지어는 직원에게 청소를 할 때에도 불필요한 힘은 쓰지 마시고 자신의 몸을 아껴주세요. 그리고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면서 몸에 불필요한 힘은 빼세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린 커피에선 여유로운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진짜입니다." 

앞으로 <그대가 조국>을 어느 상영관과 매체로 보는 것이 이 사회에 유익이 될 지 좀 더 알아보고 차근하게 생각해 보면서, <그대와 조국> 영화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진리와 진실을 사랑하는 지구촌의 많은 이웃들과도 함께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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