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양말을 신을 때면
앞선 선각자들의 삶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날마다 똑같은 검고 해진 바지를 입을 때면
보다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늘어진 양말의 목 주름이 좀 헐거워도
색이 바래고 올올이 낡았어도 여전히 소중하여
어진 마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옷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진치 마음의 몫으로 밀어둔다
이마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고마운 날
나의 얼굴과 작은 몸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길이 된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걸로 보아
가슴속으로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쉼 없이 움직이던 바람도
가슴속에선 오래도록 머물러 쉼을 얻고
겹겹이 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하늘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늘 새롭다
낡은 옷 주름 결결이
오늘도 바람이 생기를 불어넣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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