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물컵 속엔
네잎클로버 두 송이
두 손 닦는 휴지 위엔
솔방울이 둘
여긴
창녕 우포늪 화장실
누가 했나
문득 고운 향기를 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한 마음 너머
옛 선사의 한 말씀
넘실넘실 물소리 바람소리로 깃든다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바로 이곳이 진리의 세계이니라."
바로 어젯밤에도
밤하늘에 먼 달처럼 그리던 얼굴 하나
그리던 한 마음인데
그리던 한 사람인데
문득
내 등 뒤에서
선사의 지팡이인듯
밀대걸레를 들고 서 계신다
"화장실이 참 깨끗합니다."
표현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속으로 되뇌이며
저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이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말을 이을 재주가 없는 나는
몸에 밴 습관인듯, 시간에 쫓기듯
유성처럼 스치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곁에 앉아서 (0) | 2022.07.21 |
---|---|
낡고 오래된 양말 (0) | 2022.06.27 |
마른풀을 뚫고 오르는 푸른풀처럼 (0) | 2022.06.08 |
빗방울 (0) | 2022.06.07 |
검찰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찬성한 사람 (0) | 2022.05.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