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곁에 앉아서
나도 나무가 되고 싶은 날
움직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멈춤과 침묵이 이상하지 않은
이 곳 어느 사람들의 나라에서
숨과 숨으로
구석구석 몸을 지우며
한 톨의 없음으로 돌아가는
좁은길 좁은문
나를
멈추어
침묵과 침묵으로
지구의 심장으로 뿌리를 내리며
푸른 떡잎처럼 포갠 두 발끝을 돌아
맑은 수액이 냇물처럼 흐르는
숨과 숨으로
제 몸을 살라먹으며 타오르는 촛불처럼
푸르게 그리고 붉게
하늘을 우러르는 한 송이 불꽃처럼
숨과 숨으로 걸어 들어가는
무심한 길
실핏줄 같은 뿌리와 뿌리로
묵묵히 이 땅을 끌어 안으며 기도하는
언제나 평화로운
한 그루 나무처럼
나무가 되고 싶은 날
나무 곁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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