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답
어둑해진 경주 토함산 하늘가에 뜬 달
하루 일을 마친 엄마가
중1수학 좌표와 그래프를 마친 중2아들에게
오, 달이 떴네
천 년 전 경덕왕도 보았을 서라벌의 달이네 했다
아들은 달님에게
새 자전거 얘기
엄마에겐 좋은 과학 시간
아랫쪽으로 활처럼 휜 저 달이 무슨 달일까?
물어보려는데
일편단심 아들은 새 자전거 얘기
입속에선 상현달과 하현달이 구르지만
침묵한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어
우리 내일도 같이 밤하늘을 바라볼까?
오늘의 달보다
더 살이 쪘을지 더 홀쭉해져 있을지
오늘 뜬 달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랬더니 고요히
아들의 두 눈이 달에게로 간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도사, 시월의 나한들 (0) | 2023.10.05 |
---|---|
우리 인생의 출발점 (0) | 2023.09.30 |
하루 (0) | 2023.09.22 |
밥맛 잃은 김에 일종식을 벗삼아 (0) | 2023.05.19 |
나는 까막눈 (0) | 2023.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