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에
차를 멈추면
창문을 내리고
무조건 내미는 손
손바닥만한 흰 종이 봉투를 열면
무분별지가 하얗게 열린다
다 맛있다
늘 맛있다
배가 고프면
내가 먹고
배가 부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이에게 주고
곱씹은 약단밤을 삼키며
오로지 한 생각 뿐
가지산 너머로 해가 지기 전에
약단밤들 모두 다 따뜻한 손으로
순한 날의 태화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평화의 동해바다로
차도 사람의 발길도 닿지 않으나
모든 생명에게 안전한 그 빈 땅에
멈추어 선
오토바이 한 대
봄날인가 했더니
어느덧 여름인 4월 말
계절을 잊고 웃음 짓는
민들레 한 송이
꽃대 같은 아저씨
그 손에서 피어난 약단밤이 달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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